오늘의 특이한 경험, 화상 영어에서 몰몬교 사이버 전도사를 만난 일.

블로그에 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화상 영어를 하다가 특이한 일을 겪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록해 본다. 나는 1년짜리 헬스장을 등록하고 가지 않는 회원 중 하나다. 역시 1년을 결제해 놓은 캠블리에도 기부 중이다.

1. 어쨌든 오래간만에 정신을 차리고 화상 영어에 로그인을 했다.

오늘 만난 선생님은 미국 뉴욕에 사는 사람이었다. 얼굴을 보니, 지난번에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굳이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척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2. 캠블리는 자유도가 큰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캠블리에는 짧막한 교재가 있기는 하지만, 튜터들 역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분명히 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는데, 결국엔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물론, 튜터에게 요청해서 교재로 공부하자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또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서 다른 길로 새 버렸다.

3. 이름에 대한 이야기

서로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튜터도 자신의 이름을 소개해줬다. 본인의 미들 네임까지 알려주었는데, 본인은 사실 종교적인 이유로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부모님은 굉장히 독실한 종교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자신은 살다 보니 무신론자(atheist)가 되었기 때문에, 5년 전부터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튜터의 부모님은 커피도 마시지 않는 분들이라며, 자신과는 정말 다르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종교인지 물어봐도 되냐고 하니, 몰몬교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교단(Denominations)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친절히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길에서 만난 몰몬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던지자, 튜터는 매우 신이 났다.

4. 매우 신이 난 튜터는 나에게 여러 파일과 링크를 보내주었다.

pdf파일을 열어보니 모르몬경(book of mormon)이 나왔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인데, 약간 놀라긴 했지만 궁금한 마음에 그만둘 수 없었다. 이 pdf파일은 무려 1016쪽의 분량이다. 그런데 영어판 모르몬경의 경우, 558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체 모르몬경이 무엇이길래, 이 외국인들은 아시아인들에게 이렇게 전도를 하는 것일까?

5. 튜터는 나에게 자신이 한국어를 모르니, 영어로 바꿔서 읽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로 말을 해 주니, 별 것도 아닌데 매우 잘했다고 과한 칭찬하며 갑자기 영어로 된 몰몬경을 보내주었다. 심심하면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자신은 무신론자이지만, 몰몬경이 재미있어서 20번 넘게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의미있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몰몬경을 가지고 함께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몰몬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튜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셉 스미스라는 사람이 굉장히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1800년대에 쓰인 책이다 보니, 중간에 아래와 같은 삽화 목록도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모르몬경에 대한 영어판 pdf의 내용이다.

호기심에 앞부분을 조금 읽어보았는데, 한국어로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어렵다. 모르몬경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이버 몰몬교 전도사였던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나에게 모르몬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계획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6. 캠블리에는 정말 다양한 튜터가 있다.

고정으로 튜터를 정해서 시간 약속을 하고 만나면 의미 있는 대화들이 가능하다. 하지만 랜덤으로 만나니 특이한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캠블리는 작은 여행이다. 오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예전에 만나던 텍사스 튜터가 얼마나 좋은 선생님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7.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는 30분 대화가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시간이 참 빨리 갔다고 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어떤 학생을 만나면 3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가끔 10대 아이들 중에 캠블리에 억지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30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만 키고 웹 서핑을 하다가 시간 되면 나가버린다고 한다. 아니면, 어떤 아이는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앉아서 30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하거나, 심지어 자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이 시키니까 하는 거겠지?

8. 졸린데 그냥 어이가 없기도 하고, 나름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서 자기 전에 블로그에 올려 본다.

가끔 캠블리에서 특이한 이야기를 듣거나,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면 재미 삼아 글로 적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