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롱 라이프

주말 부부로 살아남기 1장: 장거리 커플, 주말 부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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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티스토리 블로그에 <장거리 연애>와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의 예상보다 그 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한번 쯤 <장거리 연애>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로 글 1편을 써서 도전했지만, 탈락했다. 웹툰으로 표현해 보려고 태블릿에 그림을 그려보니 정말 그림 솜씨가 없었다. 그 이후에는 롱디 커플들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봤는데 이것도 썩 잘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장거리 커플(롱디 커플)>은 <주말 부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출처: pixabay

주말부부를 하는 이유

사람들이 이런 삶을 선택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직업, 자녀 교육/양육, 의료 환경, 기타 특별한 개인적인 사유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처음부터 장거리 연애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때는 같은 도시에서 지하철을 통해 가볍게 만나 놀러다니던 커플이었다. 그러다가 순간의 선택들로 인해 장거리 연애를 꽤 오래 했고, 결혼을 통해 지인 한정 공식적인 주말 부부가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했던 생각들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쭉 한 동네에서 살았다. 그래서 초등학생이었던 때에는 이사로 전학을 가거나 온 친구들이 부러웠다. 새로운 곳에서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나도 전학 가서, 다른 학교도 다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명절에는 뉴스에 나오는 꽉 막힌 고속도로도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친척들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아무리 막히는 명절이라도 1시간 이상 차를 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네를 여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아본다는 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게다가 대학생 시절에는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캐리어 하나만 끌며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바라며 살았다. 가능한 가볍게, 최대한 많은 곳을 누비며 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과거의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주말부부 현실판 국내 워킹 홀리데이>가 될 줄은 몰랐다. 만약 남편이 언젠가 해외 근무를 가게 되면, 웃기고도 슬프지만 이 시리즈를 국내편/국제편으로 나눠 글쓰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지금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여러 동네를 경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고속 버스, 고속 기차/일반 기차, 국내선 비행기와 같은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며 덕분에 우리나라 지리 공부까지 세밀히 하고 있다.

 

주말 부부를 검색하면 나오는 단어들

사실 나도 결혼하기 전에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궁금했다. 결혼식을 해서도 주말부부를 하면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것인지 말이다. 인터넷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유튜브 영상, 블로그, 브런치 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 부부라는 단어의 연관 키워드는 다소 자극적인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구글에 검색하면 주말부부 바람, 우울증, 82cook, 장단점, 이혼이 먼저 나온다. 관련 유튜브 영상으로는 주말부부로 살다가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는 주제의 영상이 인기다. 네이버를 살펴보면, 온라인부부상담, 무료부부클리닉이 연관 검색어로 뜨기도 한다.

 

이런 부부의 형태로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시간과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주말부부 현실 후기를 나누고 싶어 글을 써본다. 실제로 읽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주말 부부

만약 주변에 주말 부부를 해야하는 젊은 부부가 있다면, 가급적 피해야 하는 농담 1순위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이 문장만큼 듣기 싫은 말이 없다. 어쩌면 이 말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말인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가까운 지인들은 절대 하지 않는 말이다.

 

나의 경우,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하는 것이라며 웃으며 말하는 사람들은 나이 성별 불문 믿고 거른다. 웃으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떻든 간에, 내 입장에서 생각해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이런 류의 농담을 하는 사람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와의 관계가 얕거나 먼 사람인 경우이다. 둘째, 본인의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이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에 만족도가 낮을 수록 "삼대가 덕을 쌓았네 좋겠다"고 크게 축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셋째, 본인은 미혼이지만 주변 지인들에게서 이런 표현을 많이 들은 경우였다. 

 

주변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부들이 있다면 부디 조상이 덕 쌓은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사자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굳이 꺼낼 필요가 없는 말이다. 묶음 시리즈로는 유사하게 "조상님이 나라를 구했냐" 혹은 "조상님이 도왔다"는 표현도 있다.

 

다시 말해 배우자와 떨어져 살고 싶어 매일 간절히 소망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주말 부부에게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하고 싶더라도, 마음 속에 넣어두길 바란다.

 

생각보다 주말부부의 삶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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